유진산: 미군들이 국방경비대 요원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지원자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든다고 합니다. 백관옥: 결과적으로 그건 미군들이 원하는 새로운 경찰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 경찰은 철저하게 우익이니까요. 염동진: 틀림없이 그럴걸세. 박용직: 명동에 있는 월남 청년들이 서북청년단이라는 단체를 또 만든다고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들도 반공주의자들입니다. 염동진: 그런 단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요.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것은 뭐든 지원하도록 하시오, 백 동지. 백관옥: 예, 단장님. 염동진: 유 회장, 김두한 동지는 잘 있습니까? 그 듣자 하니 내가 연결해 준 그 애기보살하고 잘 지내는 모양입디다만. 유진산: 하하하,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뭐 지금이야 그런대로 괜찮은 모양입니다만, 과연 언제까지 숨어있어야 하는지… 그게 답답합니다. 그 아무래도 미군정하고 정치적인 거래가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염동진: 정치적 거래라… 그렇다면 하지 장군이나 군정장관 아놀드하고 얘기가 돼야겠구만. 한번 거래선을 찾아보겠소. 유진산: 이승만 박사께서도 비서를 보내왔었습니다. 만송 이기붕이라고. 염동진: 어, 잘 압니다. 똑똑한 사람이죠. 헌데 이 박사가 왜? 유진산: 하하하, 김두한 동지를 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염동진: 이제 그 양반들도 비로소 청년들의 힘을 인정하는 겁니다. 이승만 박사는 김구 주석과 더불어 우익의 최고 지도자요. 그런 분들이 나선다면 우리 백의사나 청년단의 앞날은 밝다고 할 수 있죠. 아, 정치적 거래라면 그쪽에도 손을 쓸 필요가 있어요. 그거 참 괜찮은 소식이로군. 염동진: 그 요즘은 소식마다 다 괜찮아요. 국군준비대도 궤멸돼 버렸고, 신불출이도 요절이 났고 말이오. 그러나,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소. 죽어야 할 공산당원들이 너무 많아. 백관옥: 그렇습니다. 지금 공산당원 심영이라는 작자 때문에 난리들입니다. 염동진: 심영이가 왜? 백관옥: 이 자가 아주 이름난 공산당원이고, 유명한 연극배웁니다. 지금 중앙극장에서 '님'이란 연극을 공연하는데, 이게 순전히 공산당 찬양 일색의 내용입니다. 염동진: 그래? 허면, 죽어야겠군. 백관옥: 그래야 될 것 같습니다, 단장님. 염동진: 마땅한 단원을 물색하시오, 길게 갈 것 없어! 총칼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상 교육이오. 특히나 연극 같은 것은 아주 무섭지. 빨리 제거하도록 하시오. 백관옥: 네, 단장님. 염동진: 기왕이면 김두한 동지와도 상의해 보시오. 다 같은 우리 백의사 단원이잖소? 백관옥: 그렇게 하겠습니다, 단장님. 박용직: 아, 하지만… 지금 두한 동지는 움직일 형편이 못 됩니다. 염동진: 하하하… 의논만 하라는 것이오, 의논 말이오. 제목이 '님'이라…? 그러니까, 공산주의가 바로 님이라는 뜻인 모양인데, (목소리가 굵어지며) 이거 빨리 죽여야겠구만. 백관옥: 우리 백의사의 염 단장님께서는 김두한 동지의 안부를 무척 궁금해하시고 계십니다. 김두한: 보다시피 난 잘 있습니다, 아주 과분하게 말이오. 하하하, 그러나 실은 좀 답답합니다. 이렇게 숨어 지낸다는 것이 내 성격에도 맞지가 않고 말이오. 자, 듭시다. 애기보살: 백 선생님, 드시지요. 백관옥: 고맙소. (술을 한잔 마신 후) 난 오히려 두분이 부러운데, 김 동지께서 괜한 푸념을 하는 것 같소. 안 그렇소? 애기보살님. 애기보살: 저는 그저 좋은 분을 수배해 드릴 뿐입니다. 이상하게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김두한: 아, 그런데 백 동지. 조금 전에 한 그 얘기 말입니다. 심영이라고 했던가요? 공산당 연극배우 말이오. 백관옥: 맞소, 심영이오. 심영이라는 자요. 과거엔 아주 유명한 배우였소. 뭐, 지금도 그렇지만… 단장님께서는 그 자 제거하라는 명을 내리셨소. 사람을 물색 중입니다. 그 자를 처치할 단원들을 말이오. 사실은 김 동지의 별동대가 맡아만 준다면 큰 문제는 없을 텐데, 지금 이런 형편에 부탁을 드릴 수도 없는 거고… (애기보살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김두한: 오히려 지금같이 아무 눈에도 드러나지 않을 때가 좋을 수도 있겠죠. 애기보살: 아직은 안 됩니다. 조금 더 여기 계셔야 합니다. 김두한: 난 언젠가 이 백 동지가 한 말이 아주 가슴에 와닿았소. 저 빨갱이들의 세뇌 교육이 수백, 수천, 수만의 군대보다 더 무섭다는 얘기 말이오. 나도 한때는 저들의 세 치 혀에 속아서 공산당의 앞잡이를 했었소. 그 일, 내가 합시다. 애기보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선생님… 백관옥: 괜찮겠소? 하기야, 청년단 유진산 회장께서도 곤란한 표정을 지으셨소이다마는… 김두한: 일단 함께 가봅시다. 이렇게 편안히 앉아서 밥상이나 받을 때가 아닙니다. 듣고 보니 그 일은 내 일 같아요. 백관옥: 사실 그렇소. 단장님께서도 은연중에 그러길 바라고 계셨습니다. 김두한: 내가 하겠소. 어차피 공산당과의 전쟁이오. 그렇다면은 눈앞에 다가온 일을 마다할 필요는 없는 법이오. (밖을 쳐다보며) 밖에 관철이 있나! 김관철: 여기 있십니다, 행님! 김두한: 외출 준비를 해라. 애기보살: 선생님… 김두한: 기왕이면 차를 준비해라. 연극 구경을 간다. (중앙극장의 '님' 간판과 김두한이 오버랩되며 62회가 끝난다.) 김두한: 우리는 골수 공산당원인 심영이를 잡으러 간다. 아마도 그는 죽어야 할 것이다. 김관철, 아구: 예, 형님. 김두한: 이것은 조국이 시키는 일이다. 이 길로 아구는 양평으로 가라. 가서 우리 우미관 식구들을 데리고 와. 아구: 예, 큰형님. 김두한: 극장에 도착하기 전에 길목에 내려줄 테니까, 다른 차편을 마련해서 이 밤에 다녀와. 특히나, 영균이한테 얘기해서 연막탄을 몇 개 준비하라고 해라. 아구: 예, 알겠습니다. 김두한: 오늘은 사전 답사만 하고, 밤새 준비를 마쳐서 내일 가능하면 결행을 한다. 아무래도 배우가 사라지면은 공연은 끝이 나겠지. 내일 다 끝내야 한다. 백관옥: 그렇게 되겠소? 너무 급한 것 같은데. 김두한: 그렇지가 않소. 모든 일이란 망설이다가 낭패를 볼 때가 많소. 특히나 적을 제거하는 일은 속전속결, 기습이 좋아요. 싸움이란 숫자가 아니라 누가 먼저 기선을 제압하느냐 하는 데 있소. 그래서 해볼 만하다는 거요. 극장이란 원래 공간이 한정돼 있어요, 출입구도 마찬가지지. 그걸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나오거든. (김관철을 바라보며) 관철이. 김관철: 예. 김두한: 근처 적당한 데서 아구를 내려줘라. 김관철: 알겠십니다. (시내에 내린 아구는 김두한의 차가 떠난 후 양평으로 향한다.) 시라소니: 야 고, 압록강동지회면 됐디, 또 무슨 단체를 만든다고 기러는 기야? 황병관: 아니 형님, 우리가 또 다른 단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요, 이북 출신 청년들이 만드는 단체를 지원하는 겁니다. 예? 정팔: 그건 사실이에요. 그건 우리가 직접 하는 게 아니라구요. 어디까지나 지원입니다, 지원. 시라소니: 야, 고 기래도 기렇디, 고 말이 지원이지, 사실은 우리가 앞장서서 다 하는 거 아니갔어? 거 복잡한 짓을 와 하네? 이화룡: 헤헤헤, 이보라우 시라소니, 어차피 공산당이 싫어서 내려온 젊은이들이야. 기러니 힘깨나 쓰는 우리 압록강동지회가 여러모로 도와줘야 되지 않갔네? 기래도 이 주먹에 실전 경험이 많은 우리들이 앞장서야 되지 않갔어? 거, 전위대 아새끼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대! 시라소니: 아, 거 기냥 냅둬라, 고 정치 같은 데 나서지 말라! 고 서북청년회라는 거이, 고거이 바로 정치 단체가 아니고 뭐갔어? 거 기러다 고, 영락없이 두한이 꼴 나오는 기야. 이화룡: 뭐? 아니, 두한이가 왜? 시라소니: 야. 고, 얼마나 날리던 멋쟁이 주먹이었어? 전조선의 주먹 오야붕이었단 말이디. 기런데, 기런데… 고 사람이 변해도 아주 변해버렸어. 영락없이 우익의 행동대가 돼버렸어. 행동대? 내래 기딴 거 싫어야. 고 주먹은 주먹답게 살아야디. 이화룡: 아무튼 내일 YMCA 대강당에서 발기 대회를 갖기로 했어. 그 경호를 우리가 해줘야 한다고. (시라소니에게) 같이 가자우! 시라소니: 아 거 내래 싫다고 하디 않았어? 맨발의 대장: 형님, 같이 가시디요. 어차피 조금 이따가 청년회 단장을 맡으실 회장단들이 이곳에 오시기로 했습네다. 저녁이라도 같이 드시디요. 시라소니: 거 니들끼리 가라. 내래 기냥 소주면 됐어. 정팔: 형님, 지금 이 남한 땅에서 살려면 어차피 공산당 아니면 민족 진영인 우익, 둘 중 하납니다. 우린 우익을 택했어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든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거 김두한이처럼 말입니다. 이쪽 아니면 저쪽, 저쪽 아니면 이쪽! 뭔가 확실히 선택을 하지 않으면 살질 못하게 돼있습니다. 이화룡: 기렇긴 하디만, 어디까지나 도와주는 선에서 끝나는 기야. 시라소니 말처럼 나도 정치는 싫어. 이 권력과 주먹은 말이야, 기거이 가까이할수록 비극이 일어난다고. 결국은 주먹들이 그 권력을 위해서 뭔가 일을 해야 하거든. 긴데, 대부분 그 결말이 아주 나빠. 기럼![7] 시라소니: 고, 알긴 아는구만, 알긴 알어. 정진영: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서북청년회? 김천호: 예, 동무. 38선 이북에서 월남한 청년들로 만드는 단체라고 합니다. 내일 낮에 YMCA에서 발기 대회를 연다고 합니다. 정진영: 북쪽에서 내려온 자들은 '압록강동지회'라고 이미 있지 않은가? 김천호: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명동의 이화룡 주변의 청년들입니다. 이번에 단체를 만드는 곳은 전 월남 청년들 대상으로 한다고 합니다. 아마 아주 극렬한 반공주의자들이 될 것 같습니다. 모두가 공산당이 싫다고 북한을 탈출해 온 놈들입니다. 김해숙: 까부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천호: 당연히 부숴버려야 합니다. 김두한패도 우리를 막대하게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런 단체가 또 하나 더 생기는 겁니다. 김해숙: 없애야 합니다. 대회 자체를 봉쇄해야 합니다! 정진영: 하지만, 그렇게 쉽지가 않을 텐데… 김천호: 그렇습니다. 저들의 주변을 바로 그 명동파들이 경계하고 있습니다. 정진영: 명동파? 김천호: 예, 그렇습니다. 이화룡, 시라소니, 정팔, 황병관, 그런 자들 말입니다. 정진영: 알아. 조선의 날리는 주먹들이지. 저들이 또 우리의 적이 된단 말인가, 또… 김천호: 없애버려야 합니다. 단체가 만들어지기 전에 사전 제압하는 것이 최선의 길입니다. 아무리 저들이 날리는 주먹들이라고 해도, 우리 전위대 결사들이 간다면 해볼 만합니다. 정진영: 무기를 쓰자는 것인가? 김천호: 무기도 좋고, 주먹도 좋습니다. 정진영: 무기는 안 돼! 같은 우익이면서도 미군에서 김두한이를 잡으려고 하는 것은 무기 때문이야. 김두한이는 지금 그 때문에 꼼짝을 못 하고 있어. 만약에 우리 전위대가 김두한이처럼 된다면은, 국군준비대도 없는 이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를 당할 수가 있어. 한다면 주먹이야. 김천호: 해볼 만합니다. 주먹과 몽둥이를 같이 쓴다면 장사가 없습니다. 총만 들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정진영: 하지만… 시라소니야. 이화룡이도. 이화룡이는 내가 한번 만난 적이 있었어. 저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을까… 김천호: (자리에서 일어나며) 맡겨주십시오. 명동만 부숴버리면 그 결성 대회는 자동적으로 무산될 것입니다. 정진영: (잠시 생각하며) 심영 동무가 공연 중인 중앙극장 쪽은 어떻게 됐나? 김해숙: 전위대 특별대원들이 나가 있습니다. 아주 엄청나다고 합니다. 심영 동무와 문예봉, 황철 동무들이 대단한 성과를 계속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극장은 계속 만원이고, 관객들은 정신을 못 차린다고 합니다, 동무. 정진영: 그곳도 잘 지켜야 해. 김두한이는 늘 우리의 허를 찔렀어. 김천호: 김두한이는 미군들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아마 한동안은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체포되기만 한다면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을 받게 될 것입니다. 정진영: 김두한이는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야! 늘 조심하는게 상책이지. (잠시 생각한 후) …좋아, 일단 두한이가 잠잠하니까, 서북청년회를 없애버리도록 하자! 명동을 먼저 부수도록 해. 김천호: 예, 대장 동무. 그럼 중앙극장에 나가있는 특별대원들을 조금만 남겨놓고 일단 모두 불러들이겠습니다. 정진영: 실수 없도록 해! 내일 낮에 발기 대회가 있다면은 아침 일찍 명동파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손을 쓰란 말이야. 대회 직전에 명동파를 초토화시키는 거야. 김천호: 예, 동무. 정진영: 분명히 말했어. 시라소니, 이화룡이는 왕년에 날리는 주먹들이라는 거 말이야. 실수 없도록 해. 김천호: 예, 동무. 정진영: 중앙극장에 나가있는 대원들을 그리로 돌렸다가, 일이 끝나면 다시 즉시 원대 복귀 시키도록! 김천호: 알겠습니다, 대장 동무. 정진영: 서북청년회라… 서북청년회… 이들 역시 주먹패들로 이뤄진단 말인가. 젠장… 왜 이렇게 갈수록 일이 꼬여드는 거야. 왜? 왜! 광대[8]: 자, 곧 시작합니다! 빨리 오세요, 빨리! 심영의 위대한 명작, …(이후 음악 소리에 묻혀 판독 불가) 백관옥: 저길 보시오, 동지. 저렇게 대단하오. 사람들이 엄청납니다. 김두한: 그렇군요. 경비가 삼엄합니다. 백관옥: 당연할 거요. 사실 선전이나 조직, 특히나 영화나 연극, 문학 단체 등 대중 선동 매체에 있어서는 좌익들이 훨씬 앞서있어요. 엄청난 위력이죠. 김두한: 사실입니다. 이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오히려 다행입니다. 그냥 휩쓸려 들어가면 되겠어요. 일일이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거니까. 하, 대단하구만. 백관옥: 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좌익 영화동맹에서 촬영한 공산당 뉴스를 먼저 선전한다고 합니다. 박헌영의 공산당과 인민당, 인공 등등 저들의 활동 상황을 선전하는 것이죠. 학생들은 먼저 그만 거기서 정신을 빼앗겨 버린다고 합니다. 때문에 공격을 시작하면 심영이는 꼭 잡아야겠지만, 그와 동시에 그 뉴스의 필름은 물론 영사기까지도 다 없애야 될 겁니다. 김두한: 그래야겠죠. 안으로 들어갑시다. 백관옥: (극장 쪽을 보더니 김두한을 잡는다.) 잠깐! 저기 좀 보시오. (극장 내에서 갑자기 장정 여럿이 튀어나와 극장 앞에 사열한다.) 전위대 간부 1[9]: 대장 동무의 지시요. 지금 즉시 특별대원들은 본대로 가야 합니다. 자, 몇 명만 남고 나머지는 다 철수하시오. 전위대 간부 2[10]: 자, 어서들 철수 준비하시오. 김관철: 어, 저노마들 저, 철수한다 아입니까? 백관옥: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오. 김두한: 잘됐군요.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여기들 계십시오. 내가 잠시 안에 좀 보고 오겠소. 백관옥: 혼자말이오? 김두한: 오히려 사람들이 많으면 난처해질 수가 있어요. 안경을 쓰고 코트 깃을 올리면 쉽게 알아보질 못합니다. 잠시들만 계십시오. 김관철: 행님! (백관옥: 동지!) 큰행님! 광대: 자, 곧 시작합니다! 빨리 오세요, 빨리! 심영의 위대한… (악단의 연주와 관중의 환호성과 함께 심영이 무대 위로 나타난다.) 심영: 오늘 공연할 연극 '님'의 주인공, 문예봉 동무를 소개합니다! (문예봉이 앞으로 나와 인사한다.) 심영: 황철 동무입니다!(황철이 앞으로 나와 인사한다.) 심영: 각본을 맡으신 극작가, 임선규 동무입니다!(임선규도 앞으로 나와 인사한다.) 심영: 그리고 저 심영, 큰절 올리겠습니다!(앞으로 고개 숙여 인사한다.) 심영: 모든 등장인물들이 관객 여러분들께 인사드리겠습니다!(모든 배우들이 앞으로 나와 인사한다. 이후 악단의 연주가 끝난다.) 심영: 여러분! 우리는 모두 인민의 낙원인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위하여 투쟁하고 있습니다. 오늘 중앙극장에서는 연극 '님'을 보여드리기 전에, 사회주의를 지향하는(여기서부터 김두한과 백관옥의 대화에 묻힘) 열렬한 당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필름에 담아서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김두한: (작은 목소리로) 의외로 이 극장 안이 허술합니다. 해볼 만하겠어요. 경계가 느슨합니다. 백관옥: (작은 목소리로)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일단 여기를 지키던 전위대들이 왜 어디로 몰려갔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원들을 풀어서 알아보겠습니다. 심영: 동무들! 이 영화, 뉴스를 보시고, 우리 모두 목숨을 다해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동참합시다! (관중의 환호성이 들린다.) 김두한: 모처럼들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불러서들 안됐다. 안 그렇습니까, 영태 형님. 김영태: 오면서 내내 생각을 했네. 그야말로 지금은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할 때인데, 그렇지 않은가. 신영균: 아, 우리가 언제 편안하게 살았습니까, 형님. 그냥 팍팍 저지르는 거죠! 김무옥: 고것은 영균이 말이 맞당께. 오히려 이 조용한게 더 이상한거 아니겠어라? 개코: 아 마 그러고 말고, 조용한 것이 더 이상한 것이제. 안 그런가, 두한이 오야붕? 김두한: 그래. 하지만 때때로 미안하기도 하다. 끊임없이 식구들을 위험 속으로 몰아넣고 있으니까 말이야. 문영철: 어차피 우린 생사를 함께하기로 했다. 우리야 의리 빼면 뭐가 남겠냐, 응? 같이 죽고, 같이 사는 거야. 홍만길: 아, 당연한 얘기야. 헌데, 큰형님. 돈암장으로 가신다고 들었습니다만. 김두한: 응, 그래. 우남 이승만 박사님께서 초청을 하셨어. 아침을 같이 먹자고 말이야. 개코: 워메 워메, 아 그렇게 높으신 분이 초청을 하셨다고, 아침을 같이허자고? 아따 기가 막힌 잔치상 받게 생겨부렀구만~ 휘발유: 이야, 이 확실히 큰형님이 뜨긴 뜨신 모양입니다! 아, 곧 나라의 주인이 되실 어른 아닙니까. 그런 분이 부르셨다는 건 우리 모두가 이거 애국자라는 뜻 아닙니까? 삼수: 아 왜 아니겠어, 우리가 바로 애국자라니까! 김관철: 애국자라 캤십니까? 참 듣기 근사하네요. 갈치: 애국이요? 아 이거 맨날 쌈박질만 해봤지, 그런 소린 처음 들어보네요. (일동 웃음) 김영태: 말해두지만은, 다시 연막탄을 써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사람을 또 잡는 일이야. 오야붕이 알아서 잘하겠지만은, 목적한 일 외에 일을 벌여선 안 돼. 그렇지 않은가? 김두한: 물론입니다. 그렇게 될 겁니다. 그리고 다시 말해두지만은, 이번 일은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야 돼. 연막탄은 무옥이가, 그리고 심영이를 잡는 것은 나와 영철이, 그리고 관철이, 내일 함께할 상하이 조가 한다. 필름은 영균이가, 그리고 영사기는 홍만길과 아구가 맡는다. 그리고 안팎의 경호와 지원은 형님이 좀 맡아주십시오. 김영태: 알겠네. 김두한: 모두들, 자신들의 임무가 끝나는 대로 현장을 빨리 빠져나와야 된다. 알겠나? 우미관패 일동: 예, 큰형님. 김두한: 특히나 무옥이, 연막탄을 한꺼번에 터뜨려서는 안 된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계속해서 한 방씩 터뜨려. 김무옥: 알았당께, 응? 그래야 효과가 날 것이구먼. 암, 그러고말고. 김두한: 그리고 오늘 밤은 마셔서는 안 된다. 밤이 깊었으니까 그냥 자도록 해. 내일 아침, 내가 돈암장을 다녀오면서 바로 일을 시작한다. 그때가 첫 공연을 하기 위해서 극장 문을 열 때니까. 신영균: 헌데 그, 상하이 조라고 하셨습니까? 지난 번에 말을 듣긴 했지만은, 그럼 그 친구도 같이 일을 하게 되는 겁니까? 김두한: 그렇게 될 것 같다. 신영균: 말했지만 그 친구 아주 대단합니다. 뻥도 세지만은 몸놀림도 아주 좋아요. 무엇보다도 총을 잘 쏩니다, 형님. 김두한: 그래. (모두에게) 자, 오늘은 이만 일어들나도록 해. 김영태: 그럼 편히 쉬도록 하게. 이승만: 김 군, 어서 들게. 우리가 청년단 결성식 때 처음 봤지만, 그 후로도 소식은 계속 듣고 있었네. 활약이 참 많더구만. 김두한: 고맙습니다, 박사님. 이승만: 고맙긴, 내가 고맙지. 지금 이 나라가 암흑에 싸여 있습네다. 빛을 보자면 아주 요원해요. 김두한: 예, 박사님. 이승만: 김구 주석은 임시정부를 대동해서 왔지만, 그 사람들도 그렇고, 나도 너도 정치를 하겠다고 무슨 당, 무슨 당, 당은 많고! 미군 군정은 아직도 조선의 사정을 잘 모르고, 공산당들은 이미 북한을 다 먹어 치우고, 남한마저 삼키려고 저러고 있고! 김두한: 그렇습니다, 박사님. 이승만: 이럴 때 청년단마저 없었다면 어떻게 했을런지 모르겠어. 아무튼, 고생했어! 국군준비대를 해산시켰다는 얘기도 들었네. 빨갱이 군대가 있으면 어찌 되겠나? 정말 장한 일이야! (웃음) 어서 들게. 위로를 해주려고 보자고 한 게야. 김두한: 고맙습니다.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이승만: 찬이 없어서 안됐네. 나는 늘 이렇게 먹고 살아. 조선 보리밥에 된장국, 김치… 얼마나 좋은가. 오늘처럼 이렇게 손님이 없을 때는, 토스트 한 조각이면 그만이야. 김두한: 아, 예. 이승만: 양말은 늘 꿰매 신고, 이빨을 쑤시는 이쑤시개는 그때마다 면도칼로 깎아서 다시 쓰고. 지금 우리 조선의 사람들이 배워야 할 것은 검소함이야. 아끼고, 절약하는 거. 자 들어, 어서 들어. 김두한: 이런 모습을 뵈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이승만: 존경은 무슨, 소위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다 마땅히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게야. 자. 이승만: 아, 그리고 어… 힘이 들 때 도움이 되라고 이걸 주는 거야, 받게.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건네준다.) 김두한: 아, 아, 아닙니다. 이승만: 괜찮아, 받어. 김두한: 고맙, 고맙습니다, 박사님. 이 저, 청년단을 위해서 쓰겠습니다.[11] 이승만: 그래, 그렇게 하게. 맛있구만, 오늘 아침이 유난히 맛있어. 가끔씩 만나서 얘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구만. 열심히 투쟁하게. 민주주의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야. 김두한: 예, 박사님. 문영철: 좋은 얘기 많이 나눴냐? 김두한: 응, 아주 반가워 하시더구만. 박사님께서 우리 청년단에 대해서 관심이 아주 많으셨어. 좋은 일이지. 반가운 일이고. 청년단을 위해서 쓰라고 봉투도 주셨어. 김관철: 아, 돈 말입니까? 김두한: 응, 그래. 문영철: 이 박사께서 봉투를 주셨다면 한두푼은 아닐텐데. 야~ 그렇게까지 하셨단 말이야? 김두한: 자, 한 번 봐라. (봉투를 꺼내서 문영철에게 건네준다.) 문영철: 어유~ 거 정말 괜찮은 분이구나~? (봉투의 내용물을 꺼내보더니 당황한다.) …뭐야? 김두한: (뒤를 돌아보며) 어, 왜 그래? 문영철: 돈이… 아니잖아. 이게 뭐야? 이게 무슨 그림이야… 뭐야? 한문 같은데? (이승만의 친필 휘호(만(晩)) 자가 나온다.) 문영철: 아니… 이걸 뭘 하라고 하신거야? 청년단을 위해서 쓰라고 하셨다고? 김두한: 틀림없이 그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문영철: 그래? 응? 이게… '만' 자 같은데? 이승만 박사의 '만' 자…… 그렇다면 혹시 이거 미군들이 쓰는 그 사인인가 뭔가하고 같은거 아니야? 김두한: 어어… 그렇겠는데? 그래, 맞았어. 이거야말로 어쩌면은 돈보다도 더 중요할 수가 있어. 이 나라 최고 원로지도자가 자신의 친필 이름을 주셨어. 급할 때 쓰라고 말이야. 하하, 안 그래? 문영철: 오오……. 김두한: 이 돈보다도 더 대단하단 말이야. '만' 자라… 만 자. 이게 이승만 만 자란 말이지? 하하, 이거 참~ 하하하~ 전위대 간부 1: 부대장 동무, 너무 조용합니다. 김천호: 그럴 리가 있나, 오전 10시에 발기 대회를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아직 시간상 여기에 있을 게 분명해. 놈들이 아직 잠을 자고 있는 모양이야. 대기조는 밖에 있고, 선발대가 먼저 들어간다. 들어가면서 무조건 박살을 내! 전위대 간부 2: 예, 동무. 하지만 이상한 것 같지 않습니까? 밖에 지키는 놈도 안 보입니다. 김천호: 밤새 이 주변을 살피라고 하지 않았나. 다른 이동 사항은 없다고 보고하지 않았어! 전위대 간부 1: 예, 분명 그랬습니다. 하지만 너무 조용한 것이 이상하다는 것입니다. 김천호: 아니야, 놈들은 안에 분명히 있어. 자, 어서 들어가 봐! 전위대 간부 1, 2: 예, 동무. (간부와 전위대원들이 건물로 들어간다.) (사무실에 들어온 전위대원들, 하지만 안에는 술에 취해 잠든 시라소니뿐이다.) 전위대 간부 1: 뒤져봐! 방들을 다 뒤져봐! 전위대원들: 예! (다른 방을 찾아보러 나간다.) 전위대 간부 1: 쳇, 무진장 마셨구만. 전위대 간부 2: 시라소니야! 틀림없이 시라소니야. 전위대 간부 1: 깨워서 물어봐야겠어, 다들 어디 갔는지 말이야. (몽둥이로 시라소니를 건드리며) 야 이봐, 이봐! 전위대 간부 2: 어우, 술 냄새… 전위대 간부 1: 이봐! 일어나! 이봐! 시라소니: (잠결에 흘겨보며) 아 거 뭐이가? 전위대 간부 1: (간부의 고함 소리에 전위대원들이 몰려온다.)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이봐, 니가 시라소니 맞나? 맞아, 안 맞아? 시라소니 맞냐고! 시라소니: 기래, 내래 고 시라소니 맞아… 님자들 뉘기여? 고 지금이 고, 아침이네 밤이네? 전위대 간부 1: 하, 완전히 갔구만, 갔어. 야 이봐, 시라소니! 다들 어디 갔어? 여기 명동사단 오야붕들, 다들 어디 갔냔 말이야! 시라소니: (말없이 간부를 흘겨본다.) 전위대 간부 1: 야, 시라소니. 너 죽고 싶지 않거든 바른대로 말해. 다들 어디 갔어! 시라소니: 고 어젯밤에들 나갔는데, 나 잘 모르겠어야… 고 님자들 뉘기냬니까? 아 고, 졸려 죽겠구만, 나 취해서 고, 깨우지 말라고, 썅! 졸려 죽갔으야… 전위대 간부 1: 야 이 새끼 시라소니! 야앗! (간부 1이 몽둥이를 들자 갑자기 시라소니의 눈이 번뜩이며 일어나 발차기로 제압, 전위대를 상대한다.) 시라소니: 고 님자들 뭐이가? 고 와들 이래? 고 나 잠 좀 자자. (다시 소파로 돌아가 잠을 청하려고 한다.) 전위대 간부 2: (시라소니를 노려보며) 새끼… 죽여!! (전위대원들이 달려든다.) (시라소니가 다시 일어나 전위대원을 모두 제압한다. 전위대원 하나가 시라소니에게 맞고 창문 밖으로 떨어진다.)[12] 김천호: 놈들이 안에 있다, 있어! 어서 들어가 봐! 전위대원: 네! (들어가려던 찰나에 선발대가 쫓겨 나오고, 이어서 시라소니도 밖으로 따라 나와 걸어나간다.) 김천호: (시라소니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본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전위대 간부 1: 저놈입니다, 저놈! 저놈이 시라소닙니다! 김천호: 아니 그럼, 대체 안에 몇 명이나 있는 거야! 전위대 간부 2: 저 저, 저놈! 저놈, 혼잡니다! 김천호: 뭐? 혼자? 씨, 잡아!! 광대: 자, 줄 서세요! 줄 서! 다 들어가실 수 있으니까, 줄 서세요! 줄 서! 이렇게 하면 오히려 더 늦어집니다! 줄 서세요! 줄 서! (김두한, 문영철, 김관철과 아구 일행이 중앙극장에 도착한다, 창문을 내려서 중앙극장에 몰려든 인파를 바라본다.) 김두한: 대단하구만. 도대체 심영이나 문예봉이라는 배우가… 저렇게 인기가 있단 말인가. 문영철: 일제 시대 때부터 유명했던 배우들이야. 김두한: 그래도 그렇지, 저러니 공산당 선전이 얼마나 잘되겠어? 문영철: 그러게 말이다. 뭐, 원래 배우들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쉽고도 빠르게 전달되거든. 모든 게 영락없는 진실처럼 들리고 말이야. 그래서 대중의 인기는 정말 무서운 거야. 김관철: 행님!(창밖을 가리키며 손짓한다.)[13] (김무옥과 신영균을 선두로 우미관패가 극장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입구에서 받은 연극 팸플릿을 김무옥은 바닥에 버리고, 신영균은 구겨서 던져 버린다. 김두한과 문영철은 상황을 살피며[14] 상하이 조를 기다리고 있다.) 광대: 자, 줄 서세요, 줄! (김영태와 개코 일행이 뒤이어 극장에 들어간다.) 광대: 줄 서세요, 줄~! 아유, 어서 오세요. 문영철: (바라보며) 우리 우미관 식구들이 다 들어가고 있다. 김두한: 이미 어떻게 하고 끝내야 하는지 약속들이 되어 있으니까 잘들 하겠지. 그런데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문영철: 누구? 아… 그 상하이 조라는 그 친구? 김두한: 이리로 오기로 했는데… 문영철: 아직 시간이 일러, 조금 더 기다려 보자. 나그네 설움[15]이 연주되고 있는 중앙극장, 택시를 타고 극장에 도착한 심영이 문예봉과 함께 내린다.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그를 반긴다. 성인 남성: 이렇게 좋은 뉴스와 연극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심영 : 어이구, 고마워요.[16] 학생 1: 지난번에 보고 다시 동무들과 왔습니다. 얼마나 감격에 벅찼는지 많이 울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뉴스였습니다! 학생 2: 연극도 너무 좋았습니다. 우리는 사회주의에 대해 너무 몰랐습니다. 정말 위대합니다, 선생![17][18] 시민들: (환호) 심영: 고맙소, 고맙소 동무들! 학생들은 조국의 미래요! 주변의 친구와 동무들을 많이 데리고 오시오. 입장료 없으면 와서 말을 하시오, 누구든 도와주겠소! 시민들: (환호) 와아아아아아아아!!![19] 심영! 심영! 문예봉! 문예봉! 황철! 황철! (극장으로 들어가는 심영을 바라보는 김두한 일행의 차에,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다가와 보닛을 두드린다.) 상하이 조: 뭘 그렇게 보시오? 상하이요! 김두한 : 어어, 그렇지 않아도 기다렸소. 상하이 조 : 지금 막 들어가는 저놈이 심영인 모양이오? 김두한: 그런 거 같소. 내가 들은 바로는 틀림없소. 저놈이오. 상하이 조: 오면서 한 바퀴 돌아봤는데, 이상하게 애들이 다 빠져나갔습디다. 지키는 놈도 몇명 없어요. 김두한: 그러게 말이오. 이, 무슨 일이 있긴 있는 모양인데, 아무튼 잘된 것 같소. 우리도 슬슬 움직입시다. 상하이 조: 그럽시다. 표는 내가 이미 구해놨소. (김두한, 문영철, 김관철과 아구가 차에서 내린다.) 상하이 조: (문영철을 보며)이야? 우와… 키가 엄청나게 크구만![21] 그래 가지고 힘쓰겠소? 문영철: 뭐? 당신이 상하이구만. 오야붕한테 이야기 들었소. 근데 당신 신영균이 친구라면서?[22] 상하이 조: 아, 신영균이! 좋은 친구지, 한가닥 하는 친구요. 거기서 같이 일한다면서요? 문영철: 우리 오야붕한텐 둘도 없는 아우야. 허면… 오야붕에게도 공손해야지, 안 그런가? 상하이 조: 하하, 그렇게 되는 건가? 문영철: 이 일이 끝나면 적당히 몸이나 한번 풀자고. 상하이 조: 응, 좋지, 좋소! 그런 거라면 내 언제든지 환영하오! 자, 일단 들어갑시다. 염동진: 김두한 동지가 중앙극장에 나가 있다…? 유진산: 예,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염동진: 빠르기도 하구만. 사실 그건 모두 아시다시피 우리가 주문을 한 거요. 김두한 동지는 우리 백의사의 단원이니까, 단의 명령인 거요. (모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염동진: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돈암장에 가 있을 줄 알았는데. 김후옥: 벌써 이승만 박사를 만나고 그리로 갔다고 들었습니다. 염동진: 오, 그래요? 급해, 성미가 급해. 나는 그 점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빠르고 확실한 것 말이오. 심영: 이번에 소개할 분은 여러분들께서 정말로 기다리던 분들이십니다. 이 연극의 주인공, 본인 심영과 문예봉[23] 동무를 소개합니다!(박수갈채) 배우 황철 동무와 극작가이신 임선규 동무를 소개합니다! (박수갈채) 참고로, 임선규 동무는 문예봉 동무의 남편이 되십니다. 그러니까 동무끼리 부부가 되겠습니다, 여러분! (박수갈채) 친애하는 학생, 시민 동지 여러분! 곧 이어서, 우리 공산주의 국가를 열렬히 찬양하는 애국 시민들의 늬우스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박수갈채) 그리고 곧 이어서, 사회주의 낙원을 건설하는 우리 모두의 염원을 연극에 담아 무대에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심영: 여러분, '님'이 무엇입니까? 언제나 그리운 이름입니다. 우리들의 가슴입니다.[24] 우리가 사모하고 눈물 흘리며 오랜 세월을 목말라해 온 이름입니다. '님'은 바로 사회주의 낙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박수갈채)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이제 곧 늬우스를 상영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오늘 여러분들은 그토록 고대하시던 여러분들의 님을 확실하게 만나고 확인하시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이때, 김두한이 관객석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외친다. 김두한: 개소리 집어치워![25] 무슨 님을 만난다는 거야?! (갑작스런 호통에 심영이 놀란 얼굴로 휘둥그레하는 동시에 모든 관객들의 시선이 김두한에게 집중된다. 일부 전위대원들이 무대 입구를 막아서지만, 김두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대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면서 일갈한다.) 김두한: 그리고, 무슨[26] 늬우스?[27] 공산당을 선전하는 늬우스 말인가? 거짓으로 학생과 시민들을 [28] 우롱하고 속여온 너희들을 오늘 단죄하러 왔다. 나 김두한이다! 심영: 뭐… 뭐? 김두한? 반동이다! 전위대, 전위대! 전위대…! 김무옥: 야 이 빨갱이 자슥들아! 이것은 수류탄이여![29] 죽지 않을라믄 까불지들 말더라고![30] 아야, 날려라! 김삼수: 이씨, 에ㅡ라이!!! (삼수가 연막탄을 던진다.) 무대 인원들: (비명을 지른다) 전위대원: 아, 안 돼![31] 심영: 전위대는 어딨나? 전위대 어딨어? 김두한을 잡아라!